[미술관] 격자무늬로 완성된 한국 단색조 추상의 대표 화가 정상화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9월 26일(일)까지
기사입력 2021.05.26 14:50 조회수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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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작가 01.jpg
정상화(1932~) 작가

 



[서울문화인] “이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던 90세의 노화가의 말에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시간만큼이나 쉽게 이뤄낸 것이 아님을 회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예술가의 길을 위해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아온 자신의 과거 때문인지 가족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로 먼저 운을 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22일부터 한국 단색조 추상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정상화(1932~)의 대규모 개인전 《정상화》를 진행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단순 격자무늬의 틀 안에 단색으로 채색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어떻게 작업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일명 “뜯어내기와 메우기” 기법이라 불리는 작가의 기법은 물감을 캔버스에 바로 칠하는 전통적 회화에서 벗어나 캔버스를 씌우기 전 캔버스에 조밀하게 그리드를 그리고 넓적한 나이프로 그리드 하나하나 눌러 밑 작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3-5mm 두께로 바른 고령토를 네모꼴로 뜯어내고, 고령토가 떨어진 자리를 유채나 아크릴 물감을 채워 그리드 간격이나 방향, 바탕 안료의 두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그렇다 보니 그의 작업은 수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노동 집약적 인내에 의해서 탄생되었다. 그렇다고 차음부터 그런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정상화는 1932년 경북 영덕 출생으로 1953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하여 1957년 대학 졸업 후 《한국현대작가초대전》(1960), 《악뛰엘 그룹전》(1962), 《세계문화자유회의초대전》(1963) 등 다수의 정기전,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제4회 파리비엔날레(1965), 제9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67) 등에 한국 작가로 출품하였다. 1967년 프랑스 파리로 갔다가 1년 후 귀국하였다가 1969년 다시 일본 고베로 건너가 1977년까지 고베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이후 1977년부터 1992년까지 다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작업에 몰두하였다. 1992년 11월 영구 귀국하여 1996년 경기도 여주에 작업실을 마련한 후에는 줄곧 한국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붓을 들고 작업을 한 적은 거의 없었어요. 빗자루나 넓적한 솔을 사용해서 마움껏 내 자신을 표현했지요. 물감을 닥치는 대로 캔버스에 던지고 뭉개고 뿌리는 걸로 일관했지요. 그토록 강렬한 그림을 제작한 것은 내 기억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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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작품 A>, 1965, 캔버스에 유채, 162×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65-B>, 1965, 캔버스에 유채, 162×130.3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학창 시절 대상을 재현하는 구상 회화를 주로 그렸던 정상화는 1950년대 중후반이 지나면서 앵포르멜 경향의 표현주의적 추상을 실험하였다. 이후 일본 고베로 건너갈 무렵부터 작가는 앵포르멜에서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1970-80년대 고베와 파리에서의 작업 활동을 통해 그를 대변하는 단색조의 격자형 화면 구조가 확립되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1967년 ‘제9회 상파울로비엔날레’에 출품하기 위해 방문했던 브라질에서 네모난 작은 돌로 넓은 대로를 메우고 있던 노동자의 모습을 본 경험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후 오랜 기간 다양한 기법과 매체 실험을 통해 종국에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뜯어내고 메우기”를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방법론을 발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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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무제 07-09-15>, 2007,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9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19-10-15>,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193.9cm. 작가 소장.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머물며 작업했던 여러 공간(서울, 고베, 파리, 여주)과 시간을 잇고 연대기적 흐름을 큰 축으로 하여 그의 독특한 조형 체계가 정립된 과정을 ‘추상실험’,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격자화의 완성’, ‘모노크롬을 넘어서’ 등 4개의 주제와 특별 주제공간인 ‘종이와 프로타주’와 함께 영상자료와 기록물, 작가의 초기 종이 작업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 04.jpg

 

‘추상실험’, 1953년부터 1968년까지 학업과 작품 활동이 이어지는 시기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며 재현적 구상회화에서 벗어나 전후 1세대 청년작가로서 시대적 상실과 불안을 반영한 표현주의적 추상 작품 <작품 64-7>(1964), <작품 65-B>(1965) 등을 선보인다.

    

 

04) 작품 G-3, 1972, 캔버스에 유채, 190×13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jpg
작품 G-3, 1972, 캔버스에 유채, 190×13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06) 무제 74-F6-B, 1974, 캔버스에 유채, 226×181.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서스테인 웍스..jpg
무제 74-F6-B, 1974, 캔버스에 유채, 226×181.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작가가 일본 고베에서 활동한 1969년부터 1977년까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표현주의적 추상에서 벗어나 단색조 추상 작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던 시기로 <작품 G-3>(1972), <무제 74-F6-B>(1974) 등이 소개된다.

    

 

07) 무제, 1978, 한지에 먹, 64.5x49.5cm. 작가 소장. 사진 서스테인 웍스..jpg
무제, 1978, 한지에 먹, 64.5x49.5cm. 작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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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흑연을 사용한 작품 확대사진

 

 

특별 주제공간인 ‘종이와 프로타주’, 1970년대와 1980년대 캔버스보다 비교적 다루기 쉬웠던 종이를 이용해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기 시작했던 시기로,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당시의 종이 작업과 프로타주 작업 등을 선보인다.

    

 

10) 무제, 1987,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97cm. 개인 소장. 사진 이만홍..jpg
무제, 1987,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97cm.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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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87-2-10, 1987,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3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격자화의 완성’, 1977년부터 1992년까지, 즉 일본 고베 시기 이후 이어진 파리 시기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 작가는 고베에서 발견해낸 “뜯어내고 메우기” 방법을 통한 단색조 추상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변주를 드러낸다.

    

 

 

12) 무제 95-9-10, 1995, 캔버스에 아크릴릭, 228×18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jpg
무제 95-9-10, 1995, 캔버스에 아크릴릭, 228×18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모노크롬을 넘어서’,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1993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소개한다. <무제 95-9-10>(1995), <무제 07-09-15>(2007) 등의 작품을 통해 그의 단색조 추상의 정수, 균열과 지층의 깊이를 통한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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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에 있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일궈온 정상화의 화업을 총망라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로 1953년 자화상부터 2000년대 300호 대형 추상회화까지 작품 및 자료 100점이 소개되고 있으니 코로나19로 현재는 사전신청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지만 직접 관람하길 추천해 본다. 더불어 정상화와 함께 ‘단색화 3인방’이라 불리우는 이우환(b.1936), 박서보((b.1931)의 작품이 1층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전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비교해서 관람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전시는 오는 9월 26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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