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대표화가 황재형 개인전 ‘회천回天’

리얼리즘으로 그려낸 탄광촌의 일상과 이중섭의 ‘황소’ 만큼 강열한 ‘누렁소’
기사입력 2021.05.13 14:08 조회수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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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 작가 02.jpg
황재형 작가

 

 

 

 

[서울문화인] 예술의 인간의 삶과 역사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문자로서의 역할을 하였다면 문자로 소통되는 시대에는 유희적 역할이 강할 것이다. 그렇게 예술은 변화, 발전되어 왔으며, 미디어의 발전으로 우리는 전 세계에 수많은 예술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술관을 찾아 그 작품을 만나려는 이유는 소재, 질감은 물론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방식을 통해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 강원도에 정착해 광부로 일한 경험을 리얼리즘 시각으로 그려낸 광부화가로 알려져 있는 황재형(1952~) 작가의 작품 또한 우리가 미술관을 찾게 만드는 큰 이유는 그 만의 독특한 소재(물질, 주제)가 주는 강열함에 있다.

 

1952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출생한 황재형은 1982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다니며 박흥순, 전준엽, 이종구 등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민중미술 단체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이하 임술년’)로 활동하며, 5회 중앙미술대전(1982)에서 <황지330>(1981)으로 장려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지만, 1982년 가을 강원도에 정착하여 광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민중미술의 현실 참여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발표하였으며, 1990년대에는 쇠락한 폐광촌과 강원도의 풍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인식의 전환을 꾀하였고, 2010년 이후에는 머리카락과 흑연 등을 활용하여 탄광촌의 인물에서 동시대 이슈를 넘어 인간성, 시간성, 역사성 등의 주제로 확장해왔다.

 

 

《황재형-회천回天》 포스터.jpg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대표화가 황재형의 개인전 황재형: 회천回天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 전시명 회천(回天)’천자(天子)나 제왕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다또는 형세나 국면을 바꾸어 쇠퇴한 세력을 회복하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예술의 사회적 효용성 또는 변혁의 가능성을 그림으로 증명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인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그것의 회복을 꿈꾸는 메시지를 이번 전시의 제목 회천(回天)’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는 광부와 화가(1980년대~)’, ‘태백에서 동해로(1990년대~)’, ‘실재의 얼굴(2010년대~)’까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인물 작품이, 2부에서는 풍경 작품이 주를 이루고, 3부는 인물과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이 시대별로 선보이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 변하지 않은 작가의 주제의식이 묻어있으면서도 사실성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점진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1광부와 화가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려낸 탄광촌의 노동자와 주변인의 인물 초상이 중심을 이룬다. 중앙대 재학 시절부터 그린 <징후>(1980), <황지330>(1981)을 비롯하여 3년간 광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목욕(씻을 수 없는)>(1983), <식사>(1985) 등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탄광촌의 폐품을 오브제로 사용하거나 철망이나 비정형의 합판을 캔버스로 활용한 작품과 1990년대 이후 탄광촌에서의 경험을 반추하며 제작한 작품들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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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 메탈지그와 선탄부, 2004~2009, 캔버스에 유채, 1260×235×290cm, 작가소장

 

황재형, 식사, 1985, 캔버스에 유채, 91x117cm. 개인소장.jpg
황재형, 식사, 1985, 캔버스에 유채, 91x117cm. 개인소장

 

 

2태백에서 동해로에서는 1980년대 중반 건강상의 이유로 광부를 그만두었지만, 1989년 시행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폐광이 늘어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한국 사회의 압축성장이 야기한 다양한 삶의 터전의 흔적을 목격자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석탄가루와 오물이 흐르는 탄천 위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그린 <작은 탄천의 노을>(2008), ‘현실의 형상화를 위해 흙과 석탄을 질료로 사용한 <검은 울음>(1996~2008)이나 <어머니>(2005)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또한, 이 시기 시야의 확장하여 강원도의 대자연을 수년에 걸쳐 완성한 폭 5m에 달하는 <백두대간>(1993~2004) 등 풍경화로 대상을 넓혀나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황재형, 작은 탄천의 노을, 2008, 캔버스에 유채, 193.5x130cm. 개인소장.JPG
황재형, 작은 탄천의 노을, 2008, 캔버스에 유채, 193.5x130cm. 개인소장

 

 

황재형, 백두대간, 1993~2004, 캔버스에 유채, 206.5x496cm. 작가소장.jpg
황재형, 백두대간, 1993~2004, 캔버스에 유채, 206.5x496cm. 작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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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 메탈지그, 2021, 혼합매체, 1260×235×290cm, 작가소장

 

 


3실재의 얼굴에서는 2010년대 황재형이 지역을 벗어나 초역사적 풍경과 보편적인 인물상을 그려내면서도 1980년대부터 그려내던 주제를 머리카락을 이용해 새롭게 풀어내는 시기의 작품을 담고 있다. 작가가 머리카락을 재료로 삼은 것은 1980년대 물질을 이용해 실제적인 현실을 구현하고자 했던 방식과 연결되며 탄광촌의 광부와 주변 풍경이 재등장하면서도 한편 세월호나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동시대 이슈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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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 아버지의 자리(좌), 2011~2013, 캔버스에 유채, 227.3x162.1cm. 개인소장 외

 

 

무엇보다 3부에서는 그동안 그려온 소재에 재료가 주는 강열함이다. 특히 머리카락으로 표현한 우리의 누렁소를 그린 <우리는 늘 소가 넘어 갑니다>는 이중섭의 황소 이후 를 소재로 한 가장 강렬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외에도 은퇴한 광부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아버지의 자리>(2011~2013), 흑연으로 역사의 시간성을 표현한 <알혼섬>(2016)을 비롯하여 유화로 그린 광부의 초상을 머리카락으로 새롭게 작업한 <드러난 얼굴>(2017) 80년대 그려낸 광부의 삶이 주제가 유화에서 머리카락이란 재료로 새롭게 탄생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황재형, 우리는 늘 소가 넘어갑니다(속아 넘어갑니다), 2012~2018, 캔버스에 머리카락, 181x227.3cm. 작가소장.jpg
황재형, 우리는 늘 소가 넘어갑니다(속아 넘어갑니다), 2012~2018, 캔버스에 머리카락, 181x227.3cm. 작가소장

 

 

황재형은 막장(갱도의 막다른 곳)이란, 인간이 절망하는 곳이다. 막장은 태백뿐 아니라 서울에도 있다라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의 주제의식은 4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다.

 

광부화가로 탄광촌의 일상과 삶을 리얼리즘 시각으로 그려낸 1980년대 작품부터 현재까지 40년에 걸쳐 그려낸 황재형 작가의 사상을 관통하는 65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822()까지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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